LERICI
AUTUMN & WINTER 2024 COLLLECTION
옷은 흥미로운 시각언어입니다.
옷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는 서사를 지시하는 하나의 단어와 같습니다. LERICI 가을/겨울 컬렉션은 단어의 개별 의미에 집중하고, 신중히 결합해서 만든 짧은 문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간결한 문장에는 분위기와 여운의 자리가 드러납니다. 일일이 지시되지 않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개입과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드러나는 디테일과 단어가 전달하지 못하는 암시의 자리를 문장들 사이에 남겨두었습니다. 암시는 감각의 여백을 일으키고 이내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신경 쓰지 않은 듯 여유롭게 걸친 재킷이나 블루종, 트렌치코트 등이 평범한 일상의 공기를 깨고 특별한 분위기로 다가오는 순간.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부분들이 눈길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있습니다. 부드럽게 떨어지는 드레이프와 느슨한 실루엣으로 인한 나른한 감각은 극상의 품질을 보여주는 레리치의 시적인 소재로부터 시작됩니다. 카키 그린이 감도는 진회색의 실크 캔버스 재킷은 부드러운 구조 감과 색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울 캐시미어 블루종은 구조적 완성도와 함께 소매를 자수로 마감한 기법을 선보이며, 연한 베이지 트렌치는 정교한 패턴 기법으로 우아한 드레이프를 제공합니다.
신경 쓰지 않은 듯 보이지만 어딘지 다르게 느껴지는 틈새의 감각은, 은밀한 방식으로 배려된 여러 디테일과 레리치 고유의 패턴, 그리고 오랜 시간 공들인 깨끗한 결합 기술로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