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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RICI X Tatsuo Miyajima

 

미야지마 타츠오( Tatsuo Miyajima )는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가를 언급할 때 우선으로 거론되는 현대미술가입니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개인전을 계기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형예술은 고정된 형식으로 제시됩니다만, 미야지마 타츠오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자시계나 LED등 다양한 디지털매체로 움직임이 있는 일련의 조각품과 설치물을 만들어왔습니다.

1980년대 예술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시간의 이해와 그 개념의 시각화’라는 담론을 숫자의 형식으로 탐구합니다. 작품에는 1부터 9까지, 또는 9에서 1까지의 일련번호가 있으며, 각 숫자는 가변속도의 다른 숫자로 대체됩니다. 개인적으로, 미야지마의 숫자는 시간의 지평선 위에 던져진 주체에게 일어나는 사건과 공간, 관계 사이의 분열과 연결을 상정하는 기호로 보입니다. 숫자를 내면화하면 기억의 시간, 심리적 시간, 그리고 조금 더 먼 존재론적 시간이 서로 다른 리듬으로 일어납니다. 이때 ‘각 주체’는 누구도, 또는 어느 것도 고립되지 않습니다. 삶과 죽음을 내포한 현기증 나는 무한과 사물, 그리고 인간의 경계가 서로에게 열려 대위법과 같은 영원의 동시성으로 흐릅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야지마의 ‘각 주체’는 고정(being)이 아닌 생성 중인(becoming) 상태입니다.

작가는 그동안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건과 공간 사이의 연결을 설정해 왔습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숫자를 새긴 작은 종이에서부터 홍콩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 - ICC타워, 118층 - 의 전체 외벽까지 조건을 가리지 않고 캔버스로 활용합니다. 시간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나는 레리치의 지난 전시(시간의 생성 ) 개념이 미야지마 타츠오가 인지하는 광의적 시간의 일부에 속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흩어지는 옷과 시침실의 의미를 그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시간의 생성( 生成 )’

시간은 기억이 전제된 ‘사건’의 발생에 의해 ‘생성’됩니다. 현재의 인식을 위해 과거와 미래에 대한 감각이 현재의 감각과 동시에 유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시간은 모두 같은 위치에 있다는 발상이 가능합니다. 만들어진 시간들은 작은 단위로 얽혀 있으며 그 정확한 위치와 관계는 모호합니다. 크기와 방향이 다양하고 저마다 다른 감정을 일으키는 소자로 작동합니다. 기억과 감각의 기호인 셈입니다. 따라서 사람마다 만나고 경험하는 시간의 형태는 모두 다릅니다.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같은 시간을 만나지 않습니다. 현재라는 일반적인 착각은 우리가 ‘사건’들의 개연성이 간단하게 파악될 수 있다는 사회적 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동안 우리가 편하게 묶여 왔던, 길들여진 시간의 인덱스가 아닌 또 다른 묶음을 생각합니다. 의도와 결과의 불일치, 완성되지 않은 사건 등을 경험함으로써 잠재된 ‘사건’들의 다른 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실재의 구조 안에서 일반 원리로 이해될 수 없는 감성적 지각의 증거들을 인정하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잠재적인 것들의 서로 다른 존재 방식을 추적해 나갑니다.


 

경험에 따르면, 거장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대개 겸허하고 부드럽습니다. 상업적으로 상대를 대하지 않으며 기꺼이 들여다보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동일한 요소들의 특정한 조합이나 배열보다, 완전히 다른 가능성에 이를수 있는 잠재된 ‘과정’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나는 작가에게 우리가 지난 21년간 옷을 매개로 사건을 발생시켜 온 과정과 바느질로 시간의 형태를 만드는 공예, 흰색 시침실이 은유하는 연결과 소멸에 대해 오랜 시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 시간을 옷에 새기는 방법을 이해하고, 조정에 관여하고,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하며 서서히 낡아가는 - 과정에  타츠오 상이 퍼포머로 참여해서 옷의 일부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우리를 일본의 모리야로 초대했습니다.

 

 

타츠오 상 : 지난번 한국 방문 때, 레리치의 공방을 본 뒤로, 꼭 김상과 다시 만나 대화해보고 싶었습니다.

김 상 : 타츠오상이 다녀가신 뒤에 전시를 준비하느라 진을 뺐습니다. 매년 전시를 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이번에는 나무와 황동을 사용해, 옷 한 벌과 각각 매칭되는 가구를 하나씩 만들고, 거기에 옷을 걸어 전시했습니다. 시간성을 나타낼 수 있는, 거대한 나무를 잘라서, 공간에 재배치 하고 개념에 맞게 옷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타츠오 상 : 나는 저 옷이 아깝고 입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번 공방을 방문했을 때, 장인들이 작업하는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귀하고 아까운 보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상 : 선생님의 작품에서 숫자들이 줄어들다 사라지고, 그 옆에 다른 숫자들이 다시 태어나길 반복하는 것처럼, 우리도 옷을 하나의 시간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옷이 선생님의 삶에서 함께 낡아간다면, 그리고 잘 낡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면, 우리에게도 의미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좋은 옷의 정의가 그저 원단이 좋거나, 모양이 좋거나 하는 단순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많은 시간을 들이고, 과정에 애정을 쏟으며, 옷의 여러 가능성을 고민해 주는 것이 옷의 가치를 올려준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과 같은 작가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며 새로운 생각들을 나누고 그 개념을 옷에 담고 하는 이런 과정 자체가 옷이 여행을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츠오 상 : 김상이 말하는, '옷을 만드는 공'이라는 것을 나 또한 잘 알고 있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나 또한 당신이 말하는 시간 개념으로 이 옷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김 상 : 이번에 만드는 선생님의 옷은 완성의 형태는 아닙니다. 바늘로 연결되는 모든 부위에 어긋난 시간차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깨선 70%, 버튼홀 20%, 라펠 90%와 같이 옷은 서로 다른 시간대로 움직이는 과정에 있으며 종결되지 않습니다. 연결마다 다른 기법의 바느질을 맞닿게 하고, 조금씩 두께가 차이 나는 실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옷의 시침실과 연결 부위가 조금씩 떨어져 나가게 되는데 시간 따라 천천히 낡아 가기를 기대합니다.

타츠오 상 : 바느질의 시간 개념과 공예의 연결이 인상적입니다. 나는 저 옷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어디든 함께할 생각입니다. 고유의 의미가 담겼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옷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11월 뉴욕 전시의 오프닝과 기자회견 때 선보이고 싶습니다. 전시를 가든, 여행을 가든, 중요한 순간에 이 옷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내가 생각했을 때 뉴욕의 미술 관계자들이 이 코트를 보면 모두 갖고 싶어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의 모습을 확인하러 뉴욕으로 와 줄 수 있나요? 주문을 받으셔야 할 것 아닙니까. (웃음)

 

 

김 상 : 선생님에게 평범하고 나다운 옷은 무엇일까요?

타츠오 상 : 사람들은 평소에 나를 딱딱하고 냉소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현대적인 LED 작업을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조용한 변두리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걸 좋아합니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아티스트들과 많은 교류를 해 봤지만, 유명한 작가일수록 오히려 소박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내 경험에, 자기 자신을 뽐내던 사람들은 대부분 일류가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일류는 소박하지만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김 상 : 여러 원단 중에서 특별히 이 원단을 고르신 이유가 있나요?

타츠오 상 : 저 소재가 아버지께 받은 옷과 가장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이 전까지는 아버지께 물려받은 코트를 즐겨 입곤 했지요. 공방에서 저 코트를 입어보고 오래된 감각을 떠올렸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키가 크고 훤칠했기 때문에, 그 옷이 나를 감싸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참 좋아하는 작가인 요제프 보이스가 즐겨 입던 옷이 약간 펠트 같은 거친 느낌이었는데, 그것과도 닮아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옷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참 입고 싶어 할 텐데, 일본에서도 한국에서 했던 전시를 한 번 해보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특별하고 의미 있는 물건이라면, 분명 많은 일본 사람이 알아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상 : 좋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전시 개념으로 사물의 정서를 설명하는 시도는 생경한 일입니다. 게다가 상업물인 옷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아직 많은 분들의 이해를 받는 건 아니어서 서글픕니다. (웃음)

타츠오 상 : 가치를 모르는 사람과는 관계하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들여다보고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으니, 그런 분들과만 함께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상이 가던 길을 계속 가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김상을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만들고 전시로 보여주는 사람만 예술가라고 부르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가고자 하는 길을 변함없이 가는 사람, 그런 이들이 예술가입니다. 나는 당신이 오래도록 일관된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 상 : 세계적 거장께 격려도 받고, 참 좋습니다.

 

 

타츠오 상 : 김상과 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상도 레리치를 하기 전에 출판사를 하지 않았나요? 나도 대학 졸업하고 바로 작품 활동을 한 게 아니라,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먼저 했습니다. 편집이라는 일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정리해서 한눈에 보여주는 업이죠. 장인들이 옷을 짓는 과정을 보고, 편집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레리치 옷의 개념을 이해하기에 더 편했습니다.

김 상 : 대부분 유명한 작가의 화려한 삶을 동경할 텐데, 와서 실제로 보니 사실 선생님은 종일 여기서 작업만 하시는 거 아닌가요. 어쩐지 고독한 장소로 보입니다. 

타츠오 상 : 맞습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어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건 레리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작업은 가장 작은 것, 보이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간으로 쌓아가며 시작되는, 고독하고 외로운 일입니다.

일본말로 '지미'라고 하는데, 혼자서 조용히 차근차근히 해나가는 것을 뜻합니다. 한 번에 화려해 보이는 것들은 그 한계가 어느 정도 보입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시간 따라 조금씩 쌓아나가는 그런 작업은 더 오래, 더 너머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작업은 외롭고 힘들게 '하나하나'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미야지마 타츠오는 일본 이바라키현에서 거주하며 작업한다. 도쿄 예술대학(Tokyo University of the Arts)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런던 예술대학교(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에서 명예박사를 수여받았다. 상하이 민생미술관(Shanghai Minsheng Art Museum, 2019), 산타바바라 뮤지엄(Santa Barbara Museum of Art, 2019), 시드니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Sydney , 2016), 멧 브로이어(The MET Breuer, New York , 2016), UCCA 현대미술센터(UCCA Center of Contemporary Art, Beijing, 2011), 아트선재센터(2002),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1997), 취리히 현대미술관(Kunsthalle Zürich, Zürich, 1993), 히로시마 현대미술관(Hiroshima City Museum of Contemporary Art, 1990) 등 세계 유수의 미술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UK), 테이트 컬렉션(Tate Collection, UK), 까르띠에 재단(Fondation Cartier, France),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USA)을 포함한 미국 내 주요 미술관 그리고 한국의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돼있다. 

 

글 김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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