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리치의 대부분은 숲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나무들이 빛을 걸러내고, 바람이 불면 공기가 먼저 움직입니다. 빛은 하루에도 여러 번 표정을 바꿉니다. 아침에는 흰빛이 가볍게 흘러들고, 오후에는 녹빛이 깊어지며, 해 질 무렵에는 금빛이 원단 위로 내려앉습니다. 이곳의 시간은 도시보다 느리게 흘러갑니다.
숲 속에 놓인 롤스로이스는 조용합니다.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가까이 다가가면 바람과 금속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차체의 곡선은 부드럽고 모서리는 단단하지만 거칠지 않습니다. 사람이 만든 오브제지만, 시간이 쌓인 디테일이 오히려 인간적인 온도를 남기고 있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을 더 오래 바라봅니다. 형태를 완성하기 전에 균형을 먼저 세우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끝까지 다듬습니다.
그날, 같은 태도를 지닌 이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이 나눈 대화의 방향은 닮아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질서를 세우고, 시간 속에서 균형을 다듬는 일. 그 조용한 집중이 공간을 가득 채웠고, 그날의 온도는 오래 남았습니다.
















글 김대철